제 8 회 개인전-꿈이야기 권순옥 2021. 03. 05fri _ 03. 10wed

권순옥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및 교육대학원

개인전 8회

아리수, kb 365, 한가람미술관, 한국미술관, 우리 갤러리, 

UIC 아름다운 갤러리, 모생 갤러리, 혜화아트센터


부스 개인전 5회 포함 아트페어 18회

연길, 베이찡, 중국 산동성, 홍콩, 파리, 웅플렐르, 루앙,

마이애미 스, LA 버질아메리카 산페도, 오사카, 경주, 

코엑스 SOAF, 부산BAMA, 코엑스 서울 아트쇼, 

코엑스 서울 오픈 아트 페어, KSKAF, 

휴먼아트 페스티벌, 히즈아트 등


150여회의 그룹 초대전 및 단체전 참여

현대백화점, 정원화랑,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

뽈리갤러리, 가톨릭대학교성빈첸트병원갤러리, 

Art 2009 Woman's Vision 세종문화회관, 올미 갤러리,

혜화아트센터, 아리수갤러리, 마루갤러리 등 


-한국미협, 강북미협, 회토, 파, 사랑의이야기, 

  현대사생회, 아트체인지, 버질아메리카 회원

-강북미협 한국화, 문인화 분과위원장, 회토회 회장

-교직원 사생대회 교육감상 수상, 

  동방연서회 문인화부문 문화공보부장관상 수상 

-한국국보문학 수필가 등단, 한국국보문학 회원, 

  명동에세이 클럽 회원


생활에선 지극히 현실주의자인데, 붓만 잡으면 내 영혼은 늘 철없는 몽상가이다. 잠을 자면서 꾸는 꿈도 여전하지만, 눈을 뜨고도 멍하니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기 일쑤다. 기도 중에 가닥을 잘 못 잡으면 이 삼십 분 엉뚱한 곳에서 헤맨다. 며칠 시도 때도 없이 한 영상에 사로잡혀 이미지가 완성되면 미친 듯 밑 작업을 한다. 나만의 마티에르를 위해 핸디코트와 돌가루, 접착제 등을 섞어 판넬에 밑 작업을 하면서 주변의 모든 도구들을 사용한다. 손가락엔 지문이 사라진 지 오래다. 색을 올릴 때보다 여러 가지 적절한 도구들로 작업하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정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내 그림의 80프로는 이 과정에서 완성된다. 수정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일은 없다.


필력과 먹의 농담이 표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조금만 맘에 들지 않으면 화선지를 구겨 버리고 다시 그려야 하는 기운생동의 먹 작업을 즐겼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재료와 기법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꿈에 공작과 오리를 반쯤 섞은 듯한 새가 무언가를 물고 와서 내게 주었다. 그 모습을 화선지에서 그려 보려 했으나 느낌이 살지 않는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모습을 남기기 위해 재료와 도구를 바꿔본다. 무엇을 물고 왔는지 기억나지 않아 꽃줄기를 입에 물려 본다. 완벽하진 않아도 느낌이 근사하다.


그 이후로 공작이 화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스토리텔링이 시작되었다. 다리가 짧아 오리를 닮았던 모습이 점점 군더더기를 벗어버리고 나만의 공작으로 형상화되었다. 공작은 나의 삶 속에서 치유되지 않은 내 안의 작은 아이이다. 상처받아 찢어진 깃털을 스스로 치유하긴 어렵지만 상대의 깃을 다듬어 주기는 얼마나 쉬운가? 작은 꽃잎을 모아 주변을 돌보고 나니 어느덧 누군가에 의해 나도 치유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공작 시리즈를 그리면서 많은 치유를 받았다. 송곳같이 날을 세우고 살아 주변의 사람도 힘들게 하고 자신도 힘들었는데, 어느 날부터 너무도 편안한 나를 보게 되었다. 내 안에 작은 아이를 돌보면서 일상이 행복해졌다. 주변 여건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공작의 모습을 한 내 분신과 같이 과거를 추억하며 떠나는 여행으로 충분히 즐겁다. 함께하는 세상이 참 아름답다. 내 나이 일흔이 되었지만, 화면 속의 나는 영원히 늙지 않는 꿈많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머문다. 화가의 특권이다. 오늘도 나는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을 상상하며 화판 위에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 권순옥 작업노트 -